직원이 퇴직금을 미리 달라고 합니다. 중간정산은 어떤 사유에 해줄 수 있고,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직원이 찾아와 "집을 사야 해서 그러는데 퇴직금을 미리 받을 수 있을까요?" 하고 묻는 일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흔합니다. 사정이 딱하다고 그냥 주기도, 규정이 없다고 그냥 거절하기도 곤란합니다. 성종회계에서 사장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같은 질문이 자주 나오는데, 퇴직금 중간정산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 법과 시행령이 정한 사유에 한해서만 허용됩니다. 이 글은 그 사유와 진행 순서, 세무 처리, 잘못 지급했을 때의 문제를 조문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사례와 금액은 가상 수치이고, 개별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먼저 결론: 사유가 있고, 직원이 요구해야 합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은 주택구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 사용자가 퇴직하기 전에 그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 사유: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이 하나하나 열거한 사유에 해당해야 합니다. 열거되지 않은 사유는 중간정산 사유가 아닙니다.
- 직원의 요구: 사장님이 먼저 권하거나, 사유 없이 서로 합의하는 것은 중간정산이 아닙니다.
조문이 "지급할 수 있다"로 되어 있어서, 직원이 사유를 갖추어 요구했다고 해서 지급 의무를 정한 문구는 아닙니다. 다만 취업규칙, 단체협약, 근로계약에서 중간정산을 해 주기로 정해 두었다면 그 약속은 별개로 지켜야 하니 회사 규정부터 보세요.
2. 중간정산이 되는 사유 (맨 위 표 참고)
표에 담지 못한 세부 조건만 짚겠습니다. 근거는 모두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입니다.
- 주택구입(제1호): 무주택자가 "본인 명의"로 구입하는 경우입니다. 계약서와 등기 명의를 먼저 보세요.
- 전세금·보증금(제2호): 무주택자가 주거를 목적으로 민법 제303조의 전세금 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의 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이고, 한 사업에서 근로하는 동안 1회로 한정됩니다. 이미 한 번 정산했다면 같은 회사에서는 이 사유를 다시 쓸 수 없습니다.
- 의료비(제3호):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본인, 배우자, 본인 또는 배우자의 부양가족의 질병·부상에 대한 의료비를 근로자가 본인 연간 임금총액의 1천분의 125를 초과하여 부담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연간 임금총액이 4,000만 원이라면 의료비 부담이 500만 원을 넘어야 합니다.
- 파산·개인회생(제4호·제5호): 중간정산을 신청하는 날부터 거꾸로 계산해 5년 이내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파산선고 또는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입니다.
- 임금피크 등(제6호): 사용자가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을 통해 일정 나이, 근속시점 또는 임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입니다.
- 근로시간 단축(제6호의2·제6호의3): 사용자가 근로자와 합의해 소정근로시간을 1일 1시간 또는 1주 5시간 이상 줄이고 근로자가 줄어든 시간대로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기로 한 경우, 그리고 법률 제15513호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 시행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으로 퇴직금이 줄어드는 경우입니다.
- 재난(제7호):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로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고시 내용은 신청 당시 것으로 확인하세요.
자주 헷갈리는 것. 대학등록금, 혼례비, 장례비는 퇴직연금 수급권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의 사유(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4호의2)일 뿐 중간정산 사유가 아닙니다. 생활자금, 자녀 학자금, 사업자금, 대출 상환처럼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없는 사유로는 중간정산을 할 수 없습니다.
3. 진행 순서
법 제8조 제2항과 시행령 제3조에는 요구서 양식이나 서면 요구를 정한 문구가 없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사유와 금액을 다투지 않으려면 아래 순서로 기록을 남기는 편이 안전합니다.
① 직원의 요구를 서면으로 받습니다. 어떤 사유인지, 어느 기간분을 정산해 달라는지 적게 하고 날짜와 서명을 받아 두세요.
② 사유를 증빙으로 확인합니다. 예를 들어 주택 매매계약서와 등기, 임대차계약서, 진단서와 의료비 영수증, 파산선고나 개인회생 개시결정문, 임금을 줄이는 단체협약·취업규칙 같은 서류가 쓰입니다.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는 사유마다 다르니 회사가 정한 목록을 두는 것이 좋습니다.
③ 정산 기간과 금액을 정합니다. 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입니다(법 제8조 제1항). 평균임금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산정합니다. 2025년판 노무관리 가이드북은 근로자와 협의해 전체 기간이 아니라 일부 기간만 정산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안내합니다(예: 10년 근로한 근로자와 합의해 4년분만 정산).
④ 지급하고 세금 처리를 합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은 퇴직급여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각 호의 사유로 계속근로기간 중에 퇴직급여를 미리 지급받은 경우를 "퇴직소득중간지급"이라 하고, 그 지급받은 날에 퇴직한 것으로 본다고 정합니다. 그러니 중간정산액은 퇴직소득으로 보아 원천징수해서 지급하고, 원천징수한 세액은 원칙적으로 징수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납부합니다(소득세법 제128조 제1항, 반기별 납부 특례 대상자는 소득세법 제128조 제2항). 세액 계산과 신고서 작성은 세무대리인과 같이 하시기 바랍니다.
⑤ 증빙서류를 보관합니다. 사용자는 사유에 따라 퇴직금을 미리 정산해 지급한 경우 근로자가 퇴직한 후 5년이 되는 날까지 관련 증명 서류를 보존해야 합니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 제2항).
4. 사유 없이 미리 준 퇴직금은 어떻게 되나요
급하다는 사정에 못 이겨, 또는 월급을 줄이는 대신 퇴직금을 매달 나눠 주기로 하고 지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유가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없다면 문제가 됩니다.
효력. 서울북부지방법원 2026. 7. 14. 선고 2025나31531 판결은, 월급이나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퇴직 때 생기는 퇴직금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약정에 따라 퇴직금 명목으로 준 돈은 퇴직금 지급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2다15879 판결을 참조한 설시, 이미 준 돈의 부당이득 반환은 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하급심 판결이어서 사안마다 결론이 다를 수 있습니다.
퇴직할 때. 미리 준 돈이 퇴직금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퇴직 때 전체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다시 계산해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합니다(법 제9조 제1항).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당사자 합의로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같은 항 단서). 지급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되고, 다만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법 제43조 제1호 및 단서). 이 단서는 근로기준법 제43조의2에 따라 명단이 공개된 체불사업주가 명단 공개 기간 중에 다시 해당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돌려받는 방법. 이미 준 돈은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거나 퇴직금에서 빼는 상계로 정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 제5호는 퇴직금 채권의 2분의 1을 압류하지 못하게 하고, 민법 제497조는 압류금지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를 막습니다. 그래서 퇴직금이 3,000만 원이고 미리 준 돈이 2,000만 원이라면 상계는 퇴직금의 절반인 1,500만 원까지만 가능하고, 나머지 500만 원은 반환 청구로 따로 받아야 합니다(가상 수치). 「소규모 사업주와 근로자를 위한 노동법 Q&A」(2021년 작성 안내서)도 같은 취지로 설명합니다. 돌려받는 절차는 번거로우니 사유가 없다면 처음부터 미리 지급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5.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업장은 다릅니다
이 글은 퇴직금제도(법 제8조)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의 적립금 중도인출은 별도로 법 제22조와 시행령 제14조가 정합니다. 사유는 주택구입, 전세금·보증금, 재난 피해(고시), 의료비(연간 임금총액의 1천분의 125 초과), 5년 이내 파산선고·개인회생, 퇴직연금 담보대출 원리금 상환(고시 사유)이고, 임금피크나 근로시간 단축 사유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2025년 노무관리 교육자료의 비교표도 같은 취지입니다. 확정급여형(DB)에는 법에 중도인출 규정이 없습니다. 개인형퇴직연금(IRP)은 법 제24조 제5항에 따라 시행령 제18조 제2항이 정한 사유(주택구입, 전세금·보증금, 의료비, 재난 피해, 5년 이내 파산선고·개인회생, 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해당할 때 중도인출할 수 있습니다. 가입한 제도가 무엇인지는 퇴직연금사업자 안내로 확인하세요.
6. 사장님이 놓치기 쉬운 것
정산하면 이후 임금 인상분이 정산 전 기간에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5년 근무한 직원의 정산 시점 일 평균임금이 10만 원이라면 정산액은 10만 원 × 30일 × 5년 = 1,500만 원입니다. 이후 3년을 더 근무하고 일 평균임금 12만 원에서 퇴직하면 퇴직금은 12만 원 × 30일 × 3년 = 1,080만 원이어서 합계는 2,580만 원입니다. 정산 없이 8년을 채웠다면 12만 원 × 30일 × 8년 = 2,880만 원이므로 300만 원 차이가 납니다(가상 수치). 직원에게도 이 점을 설명해 두면 나중에 오해가 줄어듭니다.
정산한 퇴직금은 퇴직소득입니다. 월급처럼 근로소득으로 처리하면 원천징수가 틀어집니다. 지급 전에 세무대리인에게 알려 주세요.
"약속했으니 준다"는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사장님이 선의로 해 주었더라도 시행령 제3조 제1항 사유가 없으면 퇴직금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7. 한 장 체크
① 직원이 직접 요구했나요? ② 요구 사유가 시행령 제3조 제1항 각 호 중 하나에 해당하나요? ③ 주택구입은 무주택자·본인 명의인가요? ④ 전세금·보증금은 이 회사에서 처음 쓰는 사유인가요? ⑤ 의료비는 연간 임금총액의 1천분의 125를 넘나요? ⑥ 증빙서류를 받아 퇴직 후 5년이 되는 날까지 보관하나요? ⑦ 정산액은 퇴직소득으로 원천징수하고 다음 달 10일까지 납부하나요? ⑧ 정산 후 계속근로기간을 정산시점부터 새로 계산하고 있나요?
개별 사안은 취업규칙·근로계약·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이며 법률 자문이 아니므로, 분쟁이 있거나 금액이 큰 경우 노무사·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궁금한 점은 이 사이트의 「상담 신청」이나 메일(cpa@taxhong.com)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 직원이 퇴직금을 미리 달라고 하면 꼭 줘야 하나요?
- 법이 정한 사유가 있고 직원이 요구한 경우에 한해 미리 정산해 지급할 수 있습니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조문은 "할 수 있다"로 되어 있어 지급 의무를 정한 문구는 아니지만,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중간정산을 약속해 두었다면 그 규정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해서 매달 나눠 주면 되지 않나요?
- 권하지 않습니다. 퇴직금을 월급과 함께 미리 지급하기로 한 약정은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면 무효이고, 그렇게 준 돈은 퇴직금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본 항소심 판결이 있습니다(서울북부지방법원 2026. 7. 14. 선고 2025나31531 판결). 그러면 퇴직 때 전체 기간의 퇴직금을 다시 줘야 할 수 있습니다.
- 중간정산을 하면 그 뒤 퇴직금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 정산한 뒤의 퇴직금 계산에 쓰는 계속근로기간은 정산시점부터 새로 계산합니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제2항 후단). 소득세법상 근속연수도 중간지급일의 다음 날부터 셉니다(소득세법 시행령 제105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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